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20대의 가운데에 섰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내 것인 줄로만 알았던 20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더 할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문학을 사랑했고, 조건 없이 세상에 나를 보여줄 수 있었다.
작은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았고, 그로써 행복을 느낄줄도 알았다.

작은것은 작은 것일 뿐. 특별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내 안에 세상이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세상 속에 내가 있었다.
과연 그 무엇이라 할 지라도 조건없는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쉽게 행복함을 느꼈던 것은, 내가 내 자신에게 속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2006년의 첫날, 4년간 내가 지나온 길을 차근차근히 돌아 보면서,
김수영의 '死靈'을 읽어 본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 그렇지만 가장 나를 잘 알고 있는 그가.
내게 말한다. '너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라고.

반성하기 전에 고맙고 감사해야 한다.
하지만 고맙고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
마음만 갖자. 전하는 일은 좀 더 뒤에 해도 될 터이다.
중학교 2학년 2학기때, 우리는 이미 인생을 배웠다.
김현승의 지각(知覺) -행복의 얼굴- 을 통해서...

숫자가 변했을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넘어야 하는 것과, 절대 넘지 말아야 하는 것.
가릴 수 있는 절제를.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와, 내 딛어야 하는 발의 방향이 어디인지.
올바로 알고, 나아갈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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