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일기쓰기

일상다반사2006. 6. 13. 04:24
하나.
커피 한 잔을 타 놓고, 담배 하나를 태우면서, 탁.탁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다. 오늘은 간만에 일기를 한번 써 볼까.

둘.
히딩크가 이끄는 호주가 일본을 이겼고, 도서관에서 3시에 나왔다.
원석이와 혜경이, 그리고 도도한 예진씌와 대화를 나누었고,
오전에는 '작가의 방', 박래부, 서해문집. 1판 1쇄, 잡문, 을 읽었으며,
오후에는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 권오운, 문학수첩, 논픽션, 초판 1쇄, 를 읽었다.
어떻게 C언어에 대해 그렇게 무지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소스를
이틀만에 파악해 내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셋.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삭 토스트 앞에서 4월 17일자 조선일보가 자전거 바퀴에 밟혔다.
잠시 누군가를 기다릴 겸 해서, 집어 들어 읽었더니 얼마전에 읽었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를 쓴 무라카미 류와 '신의 죽음'이라는 신작을 낸(읽어보지 않아서 할 말은 없다)
김진명 씨와의 대담이 실려 있었다.
뭐,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이야기만 적혀있었던지라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 싶지는 않으니 이거 하나만 이야기 하도록 하자.
'반도에서 나가라' 1권에서 무라카미 류는 C모 신문을 가리켜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먹는데 이골이 난 마이너 타블로이드 신문'이라고 적어놓고 있다는 것을.

넷.
가끔 서로 서먹한 사람끼리 예기치 못한 자리에서 만날 때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을 해보았으리라 믿는다.
그런 경우를 만났을 때 나는 종종 '너는 밤에 혼자 있을 때 무얼 하니?"라는 질문을 꺼내곤 했다.
사람마다 그 대답은 천양지차. 어떤 사람은 무작정 잠을 자고,
어떤 사람은 진하게 커피를 달여마신 후 게임을 하고,
어떤 사람은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악플을 올린단다.
개중 아직도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답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대답은,
'음악을 틀어놓고 춤춘다.'라는 것이었다. 호오 춤이라.

한밤에 혼자 깨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자면,
아둥바둥 지금껏 살아온 내 나날들이 가여워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혹은 무엇이 아쉬워서 이런 가망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성건동 거리를 내달리는 바이크의 엔진 소리가 미망을 일깨우고 환희를 설파한다.
그래서 오늘은 델리 스파이스의 신보를 틀어놓고 담배를 펴댔다. 나는 춤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용기내어 창문을 닫고 방 중간에 홀로 섰으나, 이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야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 주오. 깊은 바다 조개껍질 노래하는 그곳에서.'
창 밖에는 스물 다섯 살의 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새벽이 오고 있고,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다섯.
제대를 하던 지난 겨울.
나는 2가지 결심을 했었다.
하나는 앞으로 그 어떠한 경우라도 부모님의 말씀에 거역하지 말자는 다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2주동안 아무런 연락조차 없던 아들의 전화를 받고선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아버지가 말했다.
"아들아, 아부지가 사는 이유는 너란다. 전화비 나온다 끊어라"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아버지는 진짜 멋있는 사람이다.

여섯.
웃음은 특별하다. 굉장히 스페셜하지.
내가 다른 사람을 보고 웃는 웃음은. 말이지.
참으로 특별한 거라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일곱.
사람들은 '안녕?' 이라는 말을 참 쉽게 한다.
말을 하기전엔 생각을 해야하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내뱉는 말 중에 가장 대표적인 말이 '안녕?'이라는 말이다.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그것에 대해 말했다. 친구들도 그런것 같다며 공감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식사 하셨어요?" 라고.

여덟.
내일은 시험인데,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평소 실력을 믿는다.
조금씩 나를 믿어갈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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