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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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 17:10
한일극장 11관 E열 4,5번


누구의 말처럼,
김연우 음악을 그렇게 크게 들을 수 있다는 걸로도 값진 영화.
사랑을 잃은 사람은 구질구질하다. 누구나.

제목부터 우울하고 포스터 부터 답답한 느낌은 영화 전체에 나즈막히 깔려있는 이미지다.
기다림은 아프다.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헤어짐도 아프다.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을 놓치다의 느낌은 바로 이런 것.

헤어지고 나면 추억이라도 되는 것을
그러지도 못하고 계속 사랑이면서 또 사랑이 아닌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수 없었다.

그 안타까움에 나는 눈시울을 붉혔지만 그렇다고 그 암울하면서 애매한 느낌에 눈물을 흘릴 수가 없었다.

분명 가슴 어딘가를 답답하게 만드는 영화.
하지만 가슴 속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

극중 우재가 연수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집을 나설때 남의 집이라서 현관의 자물쇠를 잘 열지 못하자 연수가 자연스레 문을 열어주는 모습은 사람맘에 들어서기는 쉽지만 그곳에서 나갈때는 집주인이 열어줘야만 나갈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것 같아서 마냥 웃을수 만은 없었다. 극중에서 이런 극적요소와 반복된 시츄에이션이 암시해주는 복선등의 사용이 굉장히 적절하고 센스 있었다. 긴장을 놓을 때 쯤에 알맞게 맞추어 나오는 극적액션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것도 맘에 들었다.

목숨같은 사랑도 해보고, 스쳐지나가는 듯한 사랑도 해본.. 말그대로 사랑에 관해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사람이라면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듯 하다. 20대초반이나 사랑의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보면 자칫 지루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는 가운데에는 답답하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가 때로는 웃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해 지는 영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러나 오랫동안.

W.B&[씨네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