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동창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졸업이 1995년도니까 자그만치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우리들 또한 예외일 수만은 없었다.
그간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마쳤다 했다.
한명은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한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란다.
난 남자라서 군대를 다녀와서 이제 복학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지만, 직장인은 학생을, 학생은 직장인을 서로 부러워 했다.
그 시절, 우리들은 어렸지만 어린이를 벗어나는 과도기였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여자로, 남자로 그리고 이젠 성인으로.
같이 공유한 기억들이 꽤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 이젠 빛바랜 추억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처럼 친숙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나눈 대화들.
소중한 시간. 소중한 사람들. 우리는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젠가 박광수님의 감성다이어리에서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그 사람이 좋아 옆에 두고 자주 보았더니 어느새 식어 버렸다. 빨리 데워진 그릇은 빨리 식게 마련이다. 곁에 두되 천천히 데워, 오래 가는 뚝배기 같은 만남이 아쉽다던 글.
요즘따라 사람을 만나는 것에 굉장히 조심하게 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은 꽤 두리뭉실(?) 하지만 굉장히 날카로운 표현이다.
모든 일에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적절한 시기가 반드시 존재한다.
기회를 타야 운도 따르는 법. 사람과의 만남에도 비단 예외일 수 없다.
소중한 사람들을 오래 가져가는 법.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차저차 오늘은 꽤 흐뭇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