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이어 도서정가제 까지 시행되었다. 나는 이러한 정책이나 법의 제정, 시행에는 상당히 무관심한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행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단통법과 도서정가제는 그 대상과 상세 내역이 조금 다를 뿐 그 취지는 대동소이하다. 누군 싸게 사고, 누군 비싸게 사니,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휴대폰이나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가격 형성 단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그 결과는 달라진다.


나는 가끔 출장을 다닌다. 국내 출장이 절대적이고, 가끔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출장을 계획하다 보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이 숙소 예약이다. 0월 0일에 어느 한 호텔의 객실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가격을 지불했을까? 그렇지 않다. 만약 새벽 2시에 체크인을 했다면 객실 가격은 저렴해질 수 있다. 호텔 측에서는 일정 시각이 넘어가게 되면, 객실료를 할인한다.(물론 모든 호텔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공실로 두는 것 보다 어떻게든 객실을 채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면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가격으로 인하하여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꽤 오래 전에 예약을 할 경우에도 저렴한 가격을 제공받을수도 있다. 반대로, 성수기에 갑자기 호텔을 이용해야 할 경우, 정상가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 본 이미지는 아티클과 관계 없습니다 / 출처 : http://www.enjoyegypt.co.kr >


코카콜라 한 병을 구매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편의점과 할인점, 동네 슈퍼마켓의 가격이 제각기 다르다. 가끔씩 인터넷을 통해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이상한가? 24시간 제품을 언제든지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있는 곳은 그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때문에 가격을 좀 더 비싸게 받는다. 콜라를 살 수 있는 곳이 편의점 밖에 없는 시간대라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저렴한 가격에 콜라를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 근처에 있고, 낮 시간대라면 굳이 편의점에 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서 콜라를 구매하든 그것은 내 마음이다.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과,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강남대로에 위치한 커피숍이 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가격을 보고 커피 한 잔이 뭐가 이렇게 비싸냐고 불평할 수도 있다. 그러면 거기서 사 마시지 않으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커피 사마시지 않게 되면 가격은 내려간다. 자명한 일이다. 주위의 커피 가게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면 그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커피 가게는 맛이 없다면? 맛이 좀 없어도 저렴하게 때문에 사 마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가격은 여러가지 요소로 정해진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커피를 마시도록 하기 위해 커피 값을 통제할 것인가? 커피가게 사장들은 우리 가게는 강남에 위치하고 있어서 부동산 가격, 임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다소 높은 가격에 커피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불평할 것이다. 그럼 이제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것인가?



< 사진 출처 : http://re5683.egloos.com/v/1763774 >



어떠한 재화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금액은 판매자가 조절한다. 그리고 조절한 가격에 대한 책임도 판매자에게 있다. 너무 높은 가격을 설정하여 판매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 싼 가격을 제시하여 오히려 손해를 보게될 수도 있다. 



<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



우리나라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공정거래 원칙(이를테면 담합 같은)을 위배하지 않는다면, 누가 얼마에 팔든 그것은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이를 규제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일까? 과연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에게 차별 없는 공정한 '득(得)'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모두에게 '실(失)'을 제공하게 될 우려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