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정우성 +1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놈놈놈'은 현상금 사냥꾼(좋은놈), 마적단 두목(나쁜놈), 열차털이범(이상한 놈) 이 3명이 보물지도(?)를 두고 쟁탈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이상 스토리는 더 말할 것도, 덜 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심플하다. 혹자는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고도 한다.
사실,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화는 대부분 재미 보다는 탄탄한 배경과 스토리를 가진 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이 영화 또한 그럴 것이라 예상했으나, 예고편에서 볼 수 있었던 액션 씬 들은 탄탄한 스토리에 재미까지 부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스틸이미지
이상한 놈의 본명은 '윤태구'다. 그런데 나는 친구 '윤대규'와 영화를 보았다. 거 참 이상하지.(웃음)
영화를 보고 나와, 비오는 밤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영화는 내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았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움은 있다. 아니, '안타까움'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지도 하나를 두고 3명이 총질을 해대며 쟁탈전을 벌인다. 그런데 지도에 대한 배경이 너무 부족하다.
'지도 = 보물' 이라는 설정 하나로 끝까지 밀어 붙인다. 너무 지나친 설명과 배경은 장애물일 수 있다. 때로는 생략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도는 영화의 중심에 있는 핵심 물건이다.
그런데도 지도에 대한 배경은 너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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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는 일제시대가 배경이다. '만주 = 독립운동' 이라는 전제를 하나 두고, 아무런 설명 없이 독립군과 일본군대가 등장한다. 영화가 아무리 코믹 액션물이라지만, 그정도의 짜임새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영화 중 후반부에 이르면 이병헌(박창이)이 만주 벌판에 앉아 부하들과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부하들 중 한 명이 이병헌과 정우성을 두고 누가 최고냐는 논제를 가지고 살짝 빈정대는데, 이 때 이병헌은 영화 속에서 최고를 다투는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졸개와 1:1 겨루기를 시도한다. 물론 결과는 이길 수 밖에 없는 뻔 한 결과인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장면에서 관객은 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누가 최고인지 두고보자"고...
하찮은 부하와 두목이 1:1 결투를 하는 장면 자체도 억지스럽거니와 부하를 죽이고 말을 타고 가면서 내뱉은 대사 또한 참으로 아쉽다. "누가 최고인지 두고보자"라니... 더 멋있는 멘트도 있었을 텐데...
그보단, 밥을 먹으며 빈정대는 부하의 숟가락을 총으로 쏴 맞춘다거나 하는 설정이 낫지 않았을까?
조금만 빈정대도 죽여버리는 나쁜놈의 설정이라면 굳이 정당하게 1:1결투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쏴 버려도 되었을 것을...

스틸이미지
이러한 안타까움이 남지만, 그래도 영화는 최고다.
일반 대중에게 필수 요소인 '재미'가 있다. 카메라 앵글도 수준급이다. 특히나, 정우성이 로프에 매달려 공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총을 쏴대는 장면은 자칫, 지나친 와이어 액션으로 치부될 수 있었으나, 멋진 카메라 앵글로 극복했다. 이병헌과 정우성이 진지한 대사들 던지며 영화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하면, 송강호는 특유의 대사와 액션으로 코믹성을 가미시키는 감초 역할을 충분히 해 낸다. 영화의 액션들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액션 씬도 이제 이만큼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이 영화가 과연 대중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병헌과 정우성 그리고 송강호라는 3명의 톱스타급 배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거니와 만주 벌판에 울려퍼지는 말발굽소리와 총소리는 한국판 웨스턴 무비라는 말을 듣기에 손색이 없다는 '박성희'씨의 말에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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