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간만에 갖는 여유로운 평일 오후, 회사도 그만 두었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혼자 우산을 들고 산에 올랐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내리는 비가 우산에 부딪히는 소리가 탁탁탁 하고 귓가를 때려댑니다.
절반 쯤 올랐을까, 앞도 뒤도 온통 안개 투성입니다. 비가 오는 오후라 인적도 없습니다.
늘 누군가와 함께 있음에 익숙했고, 늘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곁에는 아무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 지금의 내 모습이 등산로 가운에 멀뚱히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이제 와 돌아보니 잘 모르겠습니다. 저 만치 자욱하게 끼어있는 안개는 알 수 없는 내일 같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가빠진 숨을 고르고, 다시 정상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

20080107 - 20101210 / 1069일, 2년 11개월 10일 in FKL

나 처럼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을 받아주었던 곳을 떠났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디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지난 3년.
때로는 따끔한 채찍질을, 때로는 따스한 위로를 해 주셨던 많은 선배들과 부대끼며,
함께 해 온 시간이 어느덧 3년.

여느 때와 같이 마지막이 되어서 처음을 생각합니다.
이제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내게, 많은 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나가서도 여기를 잊지 말라셨던 분, 이젠 여길 잊고 힘차게 걸어나가라 해 주신 분.
아쉬운 말씀, 따끔한 충고 속에서 가슴에 남는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기술하면, 그 무게가 가벼워질 까봐 가슴 속에서 곱씹고 싶습니다.

제게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셨던 부장님 상무님 이하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었던 많은 선배님들.
이 모든 것들, 후지쯔 이름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건승을 빌겠습니다. 그 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안녕, 후지쯔, 화이팅 권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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