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중학교 시절,
나는 덩치가 큰 앞자리 친구의 등뒤에 바싹 붙어앉아 소설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이어폰을 꽂은 귀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턱을 괸 척하고는 음악을 들으며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을 다닐 때에는 (예쁜)여자들이 있는 모임에 참가하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척을 잘 해야 했다.(당연히 특별한 수확(?)은 없었지만)
제대를 하고 복학을 했을 때 부터,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늘 음악을 곁에 두었으며, 틈 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어려운 숙제를 마치고 나면 하얗게 아침이 밝아오기 일쑤였지만, 글을 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사나흘에 한 번은 영화를 보았다.(고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던 것도 이 때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원하는 책을 사 볼수 있는 경제력과 사들이는 책에 비해 읽는 양은 턱 없이 모자라다. 이사를 하면서 새로 장만한 책장에는 이제 보지않은 책을 꽂는 칸을 따로 마련할 정도가 되었다. 습작은 커녕, 짧은 에세이 하나 적는 일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사실 시도는 종종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워 그만둘 때가 더 많다. 몇 개월 째, 음악감상이라고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가끔, 영화를 보긴 하지만 자지러지게 웃거나, 눈물이 흐르진 않더라도 목이 메이는 일 또한 손꼽을 정도이다. 충분히 슬픈 영화를 보고,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눈물을 보았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을 때가 많다. 기쁨과 슬픔도 내성이 있어, 받았던 감동과 슬픔보다 더 큰 강도의 그것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분명히 나는 지금,
정서적 질식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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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 때, '나는 프로그래머다'라는 책으로 시작하여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 '행복한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산책' 등 계속해서 구입하고 있는데,
여지껏 주로 에세이(Essay)만을 썼던 그가 소설을 썼다 하여 더 흥미로운 책.
그리고, 루슨트에서 근무했었던 것 같았는데, 약력을 보니 금융회사로 옮겼더라. 역시 연봉은 금융쪽인가. 흐-
(물론 옮긴 이유는 연봉이 주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는.)

공강 시간이나, 강의에 집중할 수 없는. 아니, 집중하기 싫은 교양 과목을 들으러 갈 때 틈틈히 읽는다.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이나 수준 높은 문장들은 없다. 하지만, 재미는 있을 듯.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0명의 각기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뉴욕을 배경으로 엮는 이야기.

'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는 1킬로바이트 안에 1000바이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프로그래머는 1킬로바이트 안에 1024바이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

' 프로그래밍에서는 평균적인 수준의 노동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영감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프로그래머에게 자유는 생명이다 '

한 단락이 시작되거나, 끝을 맺을 때 2-3개씩 등장하는 이러한 글귀들도 볼만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책을, 복학한 뒤로 거의 읽지 못했다.
대학 시절 마지막 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떨어진 단비같은 책.
당분간 눈이 심심하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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