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그곳에서 널 기다렸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설레임, 적지 않은 두근거림.
분명 약속한것도 아니고, 마주칠 가능성은 사실 전혀 없었지만,
이곳 어딘가를 너도 걷고, 지나쳤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의미가 된다.

마음같아서는 전에 알려준 주소를 들고
그 앞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혹시나 정말 너와 마주치게되면
나 아무말도 하지 못할거 같아서
결국 니가 내리지 않는 버스 정류장과 그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 늘 만나던 곳.

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잠들때까지.
널 그리며.

이젠. 아니지만.
행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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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2년이나 남은 대학생활이지만.
공무원이 되거나 변호사가 되거나, 아니면 작가가 되는 데
대학은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대학은 청소부가 되거나 도장 파는 사람이 되거나
구두닦이가 되는 것을 치열하게 막고 있다.

교수들의 강의 노트는 수십 년째 손때가 묻어 너덜거리고,
여전히 개론만 가르친다.
그 많은 개론들을 공부해서 우리는 훌륭한 회사원이 될 수 있을까.
대학은 아무런 해답도 알려주지 않는다.
억지로 입을 벌리고 한 꾸러미의 편견을 쑤셔넣은 것이야말고 대학이 현재 우리에게 저지르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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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날 편지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12월 저의 훈련소는 따뜻했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무려 마흔 두 통이나 왔더라구요.
그리고보니 답장을 많이 못했었죠. 변명이란 대체로 시시하고 구차하기 마련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그걸 종이 위에 풀어낼 시간이 너무 적어 보내지 못한 편지가 많다고 말한다면 다들 웃겠죠?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그리고 고마워요. 언젠가 먼 훗날, 길거리에서 당신과 내가 옷자락을 스치우는 날이 오겠죠. 그때는 내가 당신을 향해 웃어보일게요.

그럼 이만.

내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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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이 아저씨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세상에서 두번째로 슬픈 일이다.
물론 가장 슬픈 일은
소녀들이 아줌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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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 어휴 죽겠다 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할때마다 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 그래. 그렇게 죽고 싶으면 그냥 콱 하고 죽어라. 죽어.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튀어나오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친구를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노상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항상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는 편이지만, 가끔 끼니를 거르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를 붙잡고 하는 말이. 엄마 나 지금 배고파 죽겠어.. 아니었던가.

얼마전 업무차 오후에 외근을 나갔다 오는 길에 버스에서 여중생 둘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었다.
" 독사 디따 재수없지 않냐 어휴 난 죽는 줄 알았어. 나 뽀리까는거 직통 딱걸렸잖냐. 아 존나 쪽팔려."
"왕재수. 날 잡아 잡수 하든지 아님 배째. 뭐 그럼 지가 어쩔건대?"

그리고 나서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로 갈아탔다.
역 플랫폼에는 광고인지 디자인인지 모르게 벽을 꾸며 놓았는데, 70년대 영화속의 남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씌여 있었다.
' 죽을 때 까지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
'아니오, 내가 죽을 때 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요'

그걸 보면서 여중생들의 말이 떠올랐다. 온통 죽겠다는 말이 아우성 치는 듯 했다.
인구과밀과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그때마다 예외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었다.
내 표현이 좀 심할지도 모르지만 죽고싶다는 사람들 다 모아서 그런 전쟁터에 내 보내면 어떨까.
그러면 다시는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을 테니까.

말은 한 번 뱉고 나면 주워담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나부터.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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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게 되었다는걸 알기란 참 어렵다.
어디까지가 그저 호감이고, 어디부터가 좋아지기 시작한건지.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된건지.

눈금이 그려진것처럼 이것 이상이면 사랑이다 라고 말할수가 없는 것이다.

문득 나는 내 감정을 너무 서둘러 너에게 보인것은 아닌가 후회를 한다.
그래서 그 편지만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여전히, 그 진심인지 알수없지만
사랑스런 말들에 가슴이 한참 뛰고있을텐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게 소중한 사람이 너라고.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반응에 많이 안타까웠지만, 속내를 숨기며
그렇게 널 바라보기 보단, 내 마음 모두 털어놓고 싶었다고.

너에게 만큼은. 모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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