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호가 사는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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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 어휴 죽겠다 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할때마다 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 그래. 그렇게 죽고 싶으면 그냥 콱 하고 죽어라. 죽어.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튀어나오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친구를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노상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항상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는 편이지만, 가끔 끼니를 거르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를 붙잡고 하는 말이. 엄마 나 지금 배고파 죽겠어.. 아니었던가.

얼마전 업무차 오후에 외근을 나갔다 오는 길에 버스에서 여중생 둘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었다.
" 독사 디따 재수없지 않냐 어휴 난 죽는 줄 알았어. 나 뽀리까는거 직통 딱걸렸잖냐. 아 존나 쪽팔려."
"왕재수. 날 잡아 잡수 하든지 아님 배째. 뭐 그럼 지가 어쩔건대?"

그리고 나서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로 갈아탔다.
역 플랫폼에는 광고인지 디자인인지 모르게 벽을 꾸며 놓았는데, 70년대 영화속의 남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씌여 있었다.
' 죽을 때 까지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
'아니오, 내가 죽을 때 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요'

그걸 보면서 여중생들의 말이 떠올랐다. 온통 죽겠다는 말이 아우성 치는 듯 했다.
인구과밀과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그때마다 예외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었다.
내 표현이 좀 심할지도 모르지만 죽고싶다는 사람들 다 모아서 그런 전쟁터에 내 보내면 어떨까.
그러면 다시는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을 테니까.

말은 한 번 뱉고 나면 주워담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나부터.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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